이병률 <끌림>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어긋나고 마는 것.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세상을 껴안다가 문득 그를 껴안고, 당신 자신을 껴안는 착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 기분에 울컥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당신에게 많은 걸 쏟아놓을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기적을 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동전을 듬뿍 넣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너무 아끼는 책을 보며 넘기다가, 그만 책장이 찢어져 난감한 상황이 찾아와도 그건 당신의 사랑이다.
누군가 발로 찬 축구공에 맑은 하늘이 쨍 하고 깨져버린다 해도,

새로 산 옷에서 상표를 떼어내다가 옷 한 귀퉁이가 찢어져버린다 해도
그럴 리 없겠지만 사랑으로 인해 다 휩쓸려 잃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내 것이라는데,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데 다 걸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무엇 때문에 난 사랑하지 못하는가, 하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누구나, 언제나 하는 흔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잘하는 것 하나 없으면서 사랑조차도 못하는가, 하고 자신을 못마땅해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흔한 것도 의무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이다.
사랑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잃어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랑하고 있을 때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다.

- 이병률, <끌림> 중에서

by Doridori | 2008/07/29 10:37 | SENTENCE | 트랙백

28주후


28주 후 리뷰 쓴 게 날아갔다-_-
난 이글루스 공지 떴을 때 분명 삭제 1번 밖에 안 눌렀는데... 억울하다 orz
다시 쓰려면 힘든데... 일단 미뤄둬야지...

by Doridori | 2008/06/30 08:09 | BOOK&MOVIE | 트랙백

28일후



28일후
개봉 2003.09.19
감독 대니 보일
출연 킬리언 머피(짐), 나오미 해리스(셀레나),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헨리 소령)



'새벽의 저주', '레지던트 이블'과 함께 달리는 좀비 영화로 그 유명세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마침 새롭게 고가의 5.1채널 스피커를 장만한 다옹님 덕분에 큰 브라운관에 빵빵한 사운드로 감상. 확실히 저음이 묵직하니 좋더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만든 영화임에는 분명하나 그다지 무섭진 않았다는 것. 역시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오락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인가... '분노 바이러스'라는 독특한 소재. '피' 또는 '침'으로 감염된다는 단순한 설정. 달리는 좀비를 피해 더 빠르게 달리고 또 달리는 체력 좋은 주인공들. 프랭크의 눈에 한방울 톡- 떨어지던 핏방울이 인상적이었다.
(굶어 죽는다... 는 설정은 나름 신선했던듯)

여담이지만, 주인공이 무려 '배트맨 비긴즈'의 킬리언 머피였나!? 머리가 짧아서 못 알아봤다... 어쩐지 수염 깍으니까 미남이더라. 게다가 여주인공은 '캐리비안의 해적'의 티아 달마 여사가 아닌가?! 은근 호화 캐스팅 이었다.(물론 이게 더 먼저 개봉했지만)

by Doridori | 2008/05/26 00:33 | BOOK&MOVIE | 트랙백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